채 밝지도않은 희뿌연 이른새벽에
함박눈이 내리기시작한다
나 어릴적 외딴집에서 보았던 그런풍경이다
아침밥 지으려고 밤늦게까지 도끼들고 개울에가셔서 얼음장깨고오시던 울엄니가 생각나네
가을부터 장만해둔 땔나무가 떨어져 울타리까지 뜯어대다가 결국엔 삽짝까지 ....
그시절 눈쌓인 겨울은 참으로 함들었다
쉬지않고내리는눈은 쓸고나서 돌아서면 도로 자욱눈으로쌓인다
하얗게 쌓인눈위로 달그락거리던 쌀독속에 됫박부딪치는소리에 울엄니 한숨소리가 생각난다
한해농사곡식은 정월이면 고갈되어가니 식구들 끼니때문에 한숨
늘려먹으려고 저녁이면 죽을 쑤어주셨지
김치죽 씨래기죽 콩나물죽 거기다
밀을맷돌에 타서 끓인 벙어리수제비 진짜 굶을수없어 먹던 저녁죽
하루해가 저물어질무렵 눈발이 그쳤다
밖에는 한발짝도 안간하루
요즘 몸이 안좋아 매사에 소심해져서 몸이사려진다
이런날 나두 김치죽을쑤어 간단히 저녁으로대신했다
온세상을 백지처럼덮어버린 마술같은 하얀 함박눈
요즘 옛날같은 추위가 오락가락하는듯하니 외출자제하고 조심해야지 밖은 눈부시고 오싹한 설야~~~
농사일지